가족

헤세 일가(왼쪽 끝이 헤르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가능하다면 나의 아주 어린 시절, 아니 그 이전의 먼 선조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을 그렇게 시작하고 있다. 이 서문은 그의 소설 속 주인공 뿐 아니라 헤세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헤르만 헤세의 문학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과 그 과정에서의 내적 갈등이다. 그의 출신이나 가족적인 뿌리에 대한 지식 없이 작가 헤세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바로 그런 요소들이 헤세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그 자신도 결국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바젤 선교회는 슈바벤 출신 가문 (군데르트 가)과 발트 지방 출신 가문(헤세 가)을 칼브에서 결합시켰다. 헤르만 헤세가 태어나 자란 환경에서는 편협하고 고루한 세계와 넓은 세계가 공존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고향과 집안 분위기를 지배하는 경건주의의 지나친 엄격함이, 또 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한 견문이 넓은 부모와 조부모의 높은 교양이 존재했던 것이다. 특히 친조부와 외조부는 헤세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이름도 그 두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