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떻게 하면 나는 다시 무죄가 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대신에 자신의 고뇌와 잘못을 깨닫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 한다면 언제든 다시 무죄가 될 수 있는 법이다.

 

내 작품과 내 삶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많은 친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때문에 나를 떠난 친구들도 많았다. 그것은 우리 집과 가족 그리고 기타 재산과 안락한 생활을 잃게 된 것과 더불어 내 삶의 변화된 모습 가운데 하나였다. 그 시절 내게는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하루 일과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견딜 수 있으며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또 내게 안겨주는 것이라고는 고통과 실망 그리고 상실감뿐인 듯한 그 괴상한 삶에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날마다 새삼 놀라곤 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쟁 중에도 내게 행운의 별 내지 수호천사와 같은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짊어진 고뇌로 인해 매우 외롭게 느껴지거나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매시간 불길하게 여겨지던 내 운명을 저주할 때마다 바깥세계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준 것은 나를 온통 사로잡고 있던 바로 그 고뇌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