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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게 쏟아지는 또 다른 비난은 내가 보더라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게 현실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나 내가 그리는 그림 모두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작품을 쓸 때 나는 제대로 된 책에서 교양 있는 독자들이 요구하는 바를 깡그리 잊어버리기 일쑤다. 또 실제로 내게는 현실을 존중하는 마음이 특히 부족하다. 현실이란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대상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왜냐하면 현실이라는 것은 어차피 지겨울 정도로 늘 우리 옆에 있는 것이고, 우리의 관심과 걱정을 필요로 하는 더 근사하고 더 절실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현실이란 우연적인 것이며 삶의 부산물에 불과하므로, 어떤 상황에서든 만족해서는 안되며 어떤 경우라도 숭배하거나 찬미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인색하고 항상 우리를 실망시키며 황량한 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그것을 부인하거나 우리가 그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사람들은 내 작품에서 현실이 완전히 무시되어 있다고 아쉬워하고는 한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에서는 나무에게 얼굴이 있는가 하면 집들은 웃으면서 춤을 추거나 울고 있는데, 나무가 배나무인지 아니면 밤나무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비난한다. 나는 그와 같은 비난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나 스스로 인정하는 바이지만, 나 자신의 삶도 정말로 동화와 같다고 여겨질 때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바깥세계와 나의 내면이 마술적인 것이라고 해야 마땅할 관계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또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