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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최근의 문학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즉, 시인의 본질을 이루는 분위기라는 것이 최근 들어 시인과 작가의 차이를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을 만큼 극도로 빈약해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가지고 박사과정의 두 학생은 서로 상반되는 결론을 내렸다. 좀더 공감이 가는 학생의 견해에 의하면, 그렇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내용이 빈약한 시작품은 더 이상 시가 아니며 벌거벗은 문학은 생존 가치가 없기 때문에 오늘날 여전히 문학이라 불리는 것으로 하여금 조용히 죽음을 맞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또 다른 학생은 아무리 내용이 빈약한 것일지라도 개의치 않는 시문학의 무조건적인 찬미자였으므로, 진정한 시문학계의 피가 한 방울이나마 몸 속에 흐르고 있을지 모르는 시인 한 명보다는 차라리 신중을 기해 가짜 시인 백 명을 인정해주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주로 그림과 중국의 도교에 심취해 있었으나 차츰 음악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는 새삼 일종의 오페라를 쓰려는 야심을 품게 되었다. 그 오페라에서 인간의 삶이란 이른바 현실이라고 하는 것 안에서는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심지어 멸시의 대상이 되는 반면에, 그림과 같이 영원한 가치 안에서는 빛을 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