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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의 순수함과 무한함을 찬미하고 싶었으며, 자연이 그칠 줄 모르는 고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와 상극을 이루는 정신에게로 향할 때까지 그 과정을 묘사하고자 했다. 그리고 자연과 정신이라는 양극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삶의 모습은 생생한 무지개처럼 경쾌하고 유희적이며 완벽하게 묘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오페라를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문학작품을 집필하면서 내게 일어났던 일이 오페라 작업을 할 때도 똑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게 중요하다고 생각된 말이 모두 "황금단지"나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quot;에서 이미 내가 도저히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난 후, 나는 집필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오페라 작품을 쓰려고 하자 또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년에 걸친 음악 공부와 몇 가지의 가사 구상으로 막 준비를 끝내고 내 작품의 근본적인 의미와 내용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려던 순간, 나는 갑자기 내가 그 오페라 작품에서 고심하던 문제가 다름아니라 모차르트의 "마적"에서 이미 멋지게 해결된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작업을 옆으로 제쳐놓고서 본격적인 마술의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예술가가 되려는 내 꿈이 망상에 불과한 것이었고, "황금단지"와 같은 문학작품도, 또 "마적"과 같은 오페라 작품도 내 능력 밖이었다고 한다면, 마술사로서 내가 지닌 소질만큼은 가히 천부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