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간단히 말해 4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가 하려는 일은 모두 어쩔 수 없이 실패로 돌아갔다. 나를 데리고 있으려는 학교는 하나도 없었으며, 나는 어떤 견습 교육도 견뎌내지 못했다. 나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한결같이 무위로 돌아갔으며, 치욕적이거나 물의를 일으키는 가운데, 혹은 욕설을 듣거나 쫓겨나는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어디서든 사람들은 내게 뛰어난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성실성도 어느 정도 있음을 인정하였다. 또한 나는 늘 부지런한 편이었다. 게으름의 미덕이라는 것에 대해 언제나 경외심을 품고 있었으나 정작 그런 미덕의 대가가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학교 생활에 실패했지만 15살이 되면서 나는 의식적으로 그리고 열성적으로 독자적인 나만의 교육을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의 집에 고서적, 특히 18세기 독일 문학 작품과 철학서로 가득찬 조부의 서재가 있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고 크나큰 기쁨이었다. 16살부터 20살까지 나는 시인으로서의 첫 시험 작품들로 수없이 많은 종이를 가득 채웠을 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을 반쯤은 섭렵했으며, 보통의 학교공부에는 차고도 넘칠만한 끈기를 갖고 예술사와 언어학, 철학 등에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