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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에 가까운 상태까지 이른 일이 수도 없이 많았던 학창 시절과 성장기의 괴로움은 이제 다 잊어버렸고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나에 대해 아예 포기하고 있던 가족이나 친구들도 이제 내게 상냥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나는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제는 내가 아무리 어리석기 짝이 없고 무가치한 행동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그 동안 한 해 한 해를 얼마나 끔찍한 고독과 고행 그리고 위태로움 속에서 살았는지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다는 뿌듯함이 나를 기분 좋게 했고, 나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나의 외적인 삶은 그 후 얼마동안 평온하고 편안하게 지속되었다. 내게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고 집과 정원도 있었다. 나는 책을 썼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시인으로 평가 받으면서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평화롭게 살았다. 1905년에 나는 무엇보다도 빌헬름 2세의 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는 어떤 잡지의 창간을 도와주었으나, 사실상 그와 같은 정치적 취지를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나는 스위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인도 등지를 돌아다니며 멋진 여행을 했다. 만사가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그 끔찍한 1914년 여름이 다가왔고, 갑자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까지 우리가 누리던 행복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은 것이었음이 드러났고, 이제 고난의 시절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