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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과 일일이 대립하게 되었으므로 내 마음도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나 자신의 내부에 있는 혼란을 바로 잡으려 시도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못되었으나, 그때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즉, 세상과 잘 타협하며 살 때 누린 평화는 내가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표면적인 평화와 마찬가지로 위태 위태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청소년기의 힘들고 오랜 싸움을 통해 세상에서의 내 자리를 얻었으며 마침내 시인이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어느새 성공과 행복이 내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나는 만족스럽고 편안한 생활에 길들어져 버렸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시인이라고 해도 통속작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내게는 모든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언제나 훌륭하고 열성적인 학교인 셈인 역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세상이 불화를 계속하든 말든 내버려두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고, 전체의 혼란과 잘못 가운데 내 개인이 차지하는 몫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같은 변화를 내 글에서 찾아내는 것은 독자에게 맡겨야만 하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국민 역시 전체로서가 아니라 의식이 깨어있고 책임감 있는 개개인으로서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 사악한 전쟁과 사악한 적 그리고 사악한 혁명에 대해 불평하고 욕하는 대신에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은근한 나의 바램은 여전하다. 어떻게 해서 나 스스로 공범이 되었을까? 또 어